사랑하는 우리 둘째 현이의 군입대를 아쉬워하며...

현아! 이제 내일이면 네 인생에서 또다른 삶의 문을 여는 하루가 시작되는구나.. 막상 남자라면 군에 가는게 당연하지' 라며 항상 아빤 당당히 얘기해오곤 했는데 군에 가기전 아빠의 마음을 담은 편지라도 한 장 써줘야겠다며 현이에게 글을 쓰는 이순간엔 왜이리 허전하고 아쉬운 감상이 너무나 많이 몰려오는지 모르겠구나.
잠시의 이별 앞에서 우리 막내 현이의 몰랑몰랑한 엉덩이와 여리디 여린 부드러운 손이 겪게될 힘든 훈련을 생각하니 아빠도 오늘은 현이와 잘 못하는 소주라도 찐하게 한잔 하고 싶다.
아들이 둘뿐임에도 현이에겐 항상 아빠가 '우리막내'라는 말로 부르고 싶었했었었지. 그건 항상 형에게 치이고 아빠엄마의 잦은 다툼에 마음고생해왔을 우리 둘째아들이었기에 의젓한 모습을 대견해하기보다는 좀더 애틋하고 정이 더욱 담긴 아빠의 마음으로 볼을 부비고 싶은 욕심이었단다.

이제 내일이 오면 또다른 세상을 건너가게 되고 그속에서 떡벌어진 어깨와 함께 건장한 청년으로 돌아올 우리 현이를 상상하면 한편 기대가 되면서도 현이의 어린시절이라는 일막일장은 이제 서서히 닫혀지는구나.. 하는 회한에 이순간 많은 아쉬움도 남는단다.
풍족하고 여유롭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좀더 시간을 내어 현이와의 아름답고 소중한 멋진 추억들을 많이 남겨주었더라면 좋았을텐데 그러지 못해 정말 미안하구나. 하지만 이런 부족한 부모에게서 심성바르고 반듯한 모습으로 자라주어 정말 고맙다는 말도 하고 싶구나.

현이가 어제 아빠에게 알에서 스스로 깨어나와 새가되는 알과 계란이 되는 알 얘기를 했을 때 아빤 현이의 입대를 떠올렸었단다. 참 멋진 얘기지. 헤르만헷세의 데미안에도 이런 구절이 유명하단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현이가 얼마전 그랬지. 군에 가는게 두렵다기 보단 약간 흥분된다고 설렌다고... 짜식..
정말 그말처럼 현이의 또다른 세상을 위해 정말 당당하고 멋지게 한번 부딪혀 부수고 나아가길 아빤 믿는다!!!
그래도 훈련지가 우리집과 가까운 의정부라서 약간의 위안은 되지만 그래도 훈련지에서의 훈련은 처음 겪어보는 시련일꺼야. 하지만 정말 힘들땐 까짓거 죽기야 하겠냐는 오기로 버티고 나보다 못한 애들도 모두 통과하는 훈련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위안이 될꺼다.

사랑하는 내 막내아들 용현아~
그동안 아빠하고 좋은 시간들도 있었지만 현이를 마음 아프게 한 시간들도 여러번 있었구나.
좀더 자상하게 배려하지 못해서 미안하고 좀더 많이 안아주지 못해 미안하다.
하지만 아빠가 우리현이 많이 사랑하는거 알지. 너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많이. . . .
이제까지 아빠와의 안좋은 추억은 모두 잊어라.. 그리고 홀가분하게 잘 다녀와라.. 


- 2010년 10월 11일 우리 막내 현이의 입대하루전날에 아빠가 허전해서 몇자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