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5-18 10:09
|
필연
|
 |
 조회 : 2,287
|
나는 우연히 만난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 인연은
당신이 가슴 졸이며 지샌
하얀밤들의 끝자락이었습니다.
나는 내 뜻대로 사랑한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 사랑은 나만의 열정이 아니라
당신이 먼저 피워놓은 정열의 온기였습니다.
나는 내가 필요할 때만 만난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 만남은 언제나 멀리서
날 위한 수 많은 시공의 여백들을
가득 준비해 둔 채
언제나 날 기다린 당신의 초대였습니다.
나는 나만 슬피 우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당신도 하얀 백지가 검게 되도록
"사.랑.해"를 덮어쓰며 오래도록 앓았었슴을
한참이 지난 후에야 알았습니다.
나는 나 혼자 쓸쓸히 걷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한발자욱 뒤에서
언제나 날 보며 걷고 있었슴을
세월의 궤적을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나는 모든 일이 내가 잘해서
이루어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지쳐잠든 내 머리맡에서
피곤을 쫓아가며 몰래 맞이한
그 찬 새벽별들의 아름다움을
내게 말하지 않으셨습니다.
왜 당신의 비밀을 좀 더
진작에야 말하지 않으셨는지요......
..................................
이제야 돌이켜보니 당신과의 인연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었습니다.
|
|
